10대 시절, 내 두 다리는 바빴다.
여름엔 땀이 많아 힘들었고, 겨울엔 추위를 많이 타서 힘들었다.
귀찮은 것도 질색, 운동도 질색했던 나는 부모님 차를 타고 다니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었다.
그 와중에 기다려지는 것이 하나 있긴 했다.
오디오 단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내가 더 어릴 적, 우리 동네에 사셨었다.
나는 할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했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가던 길음 멈추고, 자전거에서 내려 용돈을 주셨다.
한사코 거절해도 무조건 받으라고 하셨었다.
만날 때마다 용돈을 주시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내심 좋았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고등학교를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면서 버스를 타게 된 후로는 할아버지를 만나지 못 했다.
그렇게 마주치는 횟수가 줄어들며 할아버지는 내 기억 속에서 자연스레 잊혀졌다.
계산해보니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나는 참 염치가 없었고, 할아버지는 인자하셨다.
그깟 인사가 뭐라고. 내가 뭐라고.
매번 과분한 칭찬과 함께 용돈을 쥐어주셨다.
그 때 그 할아버지의 미소가, 그 미소의 여운이 .. 여전히 마음 속에 남아있다.
아무것도 아닌 나를,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챙겨주셨던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를 잊은 채 살았던 세월의 나, 참 괘씸하다.
시간이 흐른만큼 이미 내가 할아버지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없다.
다만 마음 속으로 다짐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비슷한 사랑을 베풀어야지.
그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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