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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습의 생애와 문학 (2)

by 윤쓰다 2022. 1. 21.

김시습의 작품 경향

금오신화를 중심으로 김시습의 작품 경향을 분석해보자. 금오신화를 읽으면 우울함, 쓸쓸함, 허무함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감정은 김시습의 생애와 연관지어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김시습은 방외인 문학의 선구자로 고독의 생애한 예외자를 자처하며 인륜도덕에 어긋나는 행위로 반발심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문학 창작을 통해 새로운 이치를 발견하고자 한 것이다.

그렇다면 김시습은 왜 당시 학자들이 경멸했던 하찮고 허무맹랑한 귀신 이야기를 창작한 것일까? 일종의 '반항'이 아니었나 싶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사랑, 꿈속에서야 포부를 이루는 내용.. 이는 기존 질서에 대한 저항, 거부감, 불만에 대한 표현이었으며 포부를 이루기 힘든 현실에 대한 고발이었을 것이다. (김시습은 단종을 사랑했으나 그가 사랑한 단종의 말로는 처참했다.)

이처럼 김시습의 문학에는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반영하며 그의 문제의식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김시습의 문학은 현실에 대한 역설의 문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금오신화」를 통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다양한 인물을 설정한 것은 시대와의 불화를 극복하려 했던 자신의 모습을 가상의 인물을 통해 드러낸 것이 아닐까?

일반적인 고전문학은 해피엔딩을 추구하는 반면, 김시습의 문학은 비극적으로 끝이난다. 이는 평탄하지 않았던 김시습 자신의 인생과 무관하지 않기에 독자에게 더욱 강렬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생규장전」에서의 비극적 엔딩은 남녀 간의 숭고한 사랑을 더욱 극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던 장치로 작용했다.

또한 김시습의 작품은 현실주의적, 사실주의적 경향이 돋보인다. 언뜻 보면 비현실적이라 느낄지 모르지만, 이는 소재의 비현실성이지 내용의 비현실성은 아니다. 작가는 중세적 이념과 질서를 둘러싸고 이루어진 심각한 불화와 첨예한 대립을 작품을 통해 형상화 하였다.

구체적으로 인본주의, 민본주의로써 나타나는 그의 현실주의 사상은 그의 성리학설에서 나타나는 '주기'적 경향에서 이론적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승려의 삶을 살았기에 유교와 불교가 함께 어우러진 폭넓고 자유분방한 사상체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시습의 문학사적 위치

김시습은 선비로서의 입신양명을 꿈꿨으나 결국 유랑자로, 자유로운 사상적 편력을 누렸다. 그를 두고 우리는 '방외인'이라 한다. 벼슬길 대신 절개를 지키고 사상과 문장으로 한 시대를 풍미함으로 당대보다 후대에 이름을 떨친 것이다. 김시습 사후, 후학들에 의해 재평가되며 여러 차례 걸쳐 시집이 편찬되고 그의 사상을 재평가하며 이름을 높이는 사업이 진행되었다.

율곡 이이는 그가 지은 「김시습전」에서 "재주가 그릇 밖으로 넘쳐흘러서 스스로 수습할 수 없으니 그가 받은 기운이 지나치고 중후함은 모자라는 것이 아니겠는가."하면서도 다시 "그의 뜻은 일월과 그 빛을 다투게 되고 그의 품성을 듣는 사람들은 겁쟁이도 용동하는 것을 보면 가히 백세의 스승이 되고 남음이 있다."고 평가하였다. 이는 뜻을 펼 세상을 만나지 못한 지식인의 안타까운 처지를 적절하게 표현한 말인듯하다.

특히 「금오신화」의 위상은 한국 최초의 소설과 「전등신화」의 모방작이라는 시비가 계속되어왔으나 영향을 받은 것일 뿐 김시습의 독장적 소설로서의 위상을 증명하였다. 내용, 기교, 작가의식에 있어 문학적 가치를 지녔으며 한국소설의 출발점이라는 점, 후대소설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

 

김시습의 인생과 문학

김시습의 문학은 자신의 생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는 방외인으로서 사대부적 생활 질서를 부정, 정치 현실에 대해 격렬한 비판 의식을 지닌 자였다. 방랑하는 인생을 살아가며 문예창작을 통해 자신의 고민을 토로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조선 시대 방외인들은 방랑을 하다 자취를 감춰 행적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시습은 서북지방으로부터 만주벌판에 이르렀다가 다시 동으로 금강산을 거쳐 저 남쪽 경주에 이르기까지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금오산에 은거하며 지은 「금오신화」에는 속세의 이익을 좇지 않는 순수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니, 이를 보며 김시습이 추구하던 인간상이 어떤 양상인지 알 수 있다. 이 10년 은거 동안 당대를 꼬집는 시편을 다수 남겼는데 지금 남아있는 「매월당집」 23권 중 15권이 시로 2,200여 수에 이른다.

현실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개선점을 찾아 지적하려는 대담함, 냉철함, 판단력.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이기에 김시습의 정신을 본받을 필요가 있어보인다. 생육신으로서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킨 김시습의 강직하고 곧은 성품이 독자의 신뢰감을 더하지 않는가 싶다. 문학은 당대의 사회를 외면하고는 만들어질 수 없다. 현실을 직시하는 문학이야말로 진정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김시습의 문학을 본받고, 문학과 사회를 보는 시각을 다각화 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 개인적인 의견이니 참고용으로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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