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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나의 에세이

몽글몽글 가을 일상

by 윤쓰다 2022. 11. 2.



1. 오랜만에 광주에 내려갔다. 강아지 동들이를 보았다. 오랜 기간 보지 못했는데도 나를 기억하고 반겨주는 모습이 퍽 안쓰러웠다. 여력이 된다면 자주 보면서 더 깊은 관심과 애정을 쏟고싶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다. 내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하울링을 한시간이나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으니 죄책감은 더욱 커졌다. 잊지 않고 한결같이 좋아해주는 강아지가 있어 행복함과 동시에 미안하다.

2. 동묘앞역 3번출구 앞에 있는 어느 노점상, 사장님은 항상 비숑 한 마리와 같이 출근하신다. 트럭에 실린 여러 물건들을 챙겨 나오시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정신 없을 것 같은데 비숑을 챙겨 데리고 나오시는 것을 잊지 않으신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가끔 짖기도 하는 아이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아저씨가 마련해주신 박스 안에 얌전히 앉아있는데 그 모습이 참 귀엽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울 수도 있겠지만 강아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을 때 더위와 추위보다 힘든 것은 바로 집에 홀로 있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마음을 이해하시고 언제나 아이와 함께하시려고 노력하시는 사장님의 마음이 정말 따뜻하다.

3. 현대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팍팍한 일이다.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사람들,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로 인한 고민을 안은채로 일해야하는 사람들..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그런 나에게는, 추운 겨울날 우연히 마주한 붕어빵집 만큼이나 행복한 존재가 있다. 야옹아! 하고 부르면 내 발목 옆에서 털을 비비는 길냥이다. 바라는 거 없이 욕심 없이 고민 없이 길냥이를 쓰다듬어주고 말 거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매일 퇴근길, 어느 길냥이를 만날 수 있길 바라며 걷는다.

4. 요즘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다. 이직 준비를 하면서 첫 면접을 본 회사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해도 웃긴 대답들만 늘어놓고 나왔다. 내성적인 성격인지 혹은 외향적인 성격인지 질문한 면접관에게 내성적이면서도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답했다. 비슷한 양상의 대답들과 더불어 바이브레이션 말투 + 버벅댐 3단 콤보를 기록하니 역시나 불합격했다. 가고 싶던 회사였기에 아쉬운 마음은 있었지만 그 경험 덕분에 그 다음 면접들은 비교적 떨지 않고 차분히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항상 있었기에 스스로를 자책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서 괜히 민물장어의꿈 같은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감성에 취했다.
사실 오늘도 면접을 보고 왔다. 메가스터디 계열사였는데 중~고등학생 시절 해당 인강을 통해 공부했었던 나로서는 이 회사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합격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면접은 2:1로 진행되었고, 다행히 자기소개에서부터 칭찬을 들었다. 이후 대답들도 너무 좋은 대답이라며 칭찬을 해주셔서 기뻤는데, 다른 면접관분께서는 약간 회의적인 답변을 남겨주셨기에 합불 여부에 대해 감을 잡지 못하겠다.
지금까지 봤던 면접들 중에서 칭찬을 가장 많이 들었던 면접이었음에도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는 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보다도 부정적인 평가에 집중하는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긍정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결심을 한다고 바로 변화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잊지 않고 노력해야 스스로가 편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편안한 사람이 되고자 오늘의 교훈을 기억하고 싶다.

5. 위 내용들을 글로 풀어보고 싶다고 예전부터 생각했었는데 이제야 블로그를 통해 생각을 정리했다. 생각만 했을 때는 마음의 짐이 항상 있는 듯했는데 행동으로 옮기고 나니 뭔가 편안하다. 앞으로도 살아가며 느껴지는 모든 것에 대해 수시로 기록하는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이런 소소한 일상들을 기억하고 반성하며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고 싶다.

6. 나의 못난 부분을 인정하고 상대의 잘난 부분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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