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후기
분야: 일본소설/인문고전
지은이: 다자이오사무
옮긴이: 허호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독서노트를 다시 써야겠다 결심하게 한 책.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지 않는 내가 꼭 한 번 다시 읽어봐야겠다 다짐한 책.
살아가며 한 번쯤 하게 되는 고민, 사색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소설로 풀어낼 수 있었을까.
읽는 내내 감탄했다.
주인공 요조,
그는 자신의 모습을 (남들이 보는) 본래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평생 내면의 어둠을 감추고 살아간다.
소설이라 좀 과장된 면은 있겠으나 요조의 모습이 인간 삶의 실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일생을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단 한 번도 '나'를 드러내지 못 할수도 있다는 것,
어쩌면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의 모습은 꾸며낸 자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인간관계가 덧없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이미 위의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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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모두 똑같다.
얼마나 비굴한 말입니까? 남을 멸시함과 동시에 자기 자신마저 멸시하고, 아무런 금지없이 모든 노력을 포기하게끔 하는 말. 마르크시즘은 노동자의 우위를 주장합니다. 똑같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존엄을 주장합니다. 똑같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단지, 삐끼들만이 그런 소리를 합니다. "헤헤헤, 아무리 잘난 척해도, 똑같은 인간이잖아?"
어째서 똑같다는 말을 하는 걸까요?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걸까요? 노예 근성의 복수.
하지만 그야말로 외설적이고 불길한 이 한마디로 인하여 사람들은 서로 두려워하고, 모든 사상이 간음당하고, 노력은 조소당하고, 행복은 부정되고, 미모는 더럽혀지고, 영광은 비하되고, 이른바 '세기의 불안'은 이 한마디에서 나온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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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에 나오는 구절이다.
「사양」은 기혼남 우에하라와 이혼녀 가즈코의 특이한 사랑을 다룬다.
사실 불륜을 다룬다는 점에서 찝찝하긴 했지만 가즈코가 인생을 그려내는 방식에 집중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이 책이 더 인상깊었던 이유는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생이 책 속에 깃들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생애를 투영했을 때 이 책은 더욱 심오하고 생생해진다. 주인공 요조처럼 자살시도를하여 요절한 그의 인생은 독자의 입장에서 굉장히 안타깝다. 인간에게는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긴 하지만 그 힘이 발휘되지 못하는 순간도 있다. 나에게 있어 세상은 살아갈만하지만 누군가는 아닐 수 있다. 또한 나도 언젠가 그런 상황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나는 내 본연의 모습을 숨기고 살아가는 게 그리 힘들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버릴 정도로 힘든 일일 수도 있다.
그저 한 번의 번뇌였을 수도 있었던 찰나의 순간을 이토록 심오한 글로 풀어낼 수 있다니. 죽기 전에 책 한 권 쯤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 작가의 필력이 부럽다는 생각도 했다. ㅋㅋㅋ
아쉬웠던 점은 주인공을 포함한 대부분의 남성들이 너무 권위적이라는 점.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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