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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독후감, 독서토론

[책]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후기

by 윤쓰다 2020. 9. 16.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후기

 


분야: 에세이

지은이: 박완서

출판사: 현대문학


# 읽은 페이지 : 13~26

 

"그래도 나는 살아남았으니까 다른 인생을 직조할 수도 있었지만 내가 당초에 꿈꾸던 비단은 아니었다. 내가 꿈꾸던 비단은 현재 내가 실제로 획득한 비단보다 못할 수도 있지만, 가본 길보다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놓친 꿈에 비해 현실적으로 획득한 성공이 훨씬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박완서 작가의 마지막 에세이. 읽는 내내 감회가 새로웠다. 작가님은 어린 시절부터 겪은 일이 참 많았던 것 같다. 그 경험 덕에 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중학교 때 배웠던 옥상의 민들레 꽃이라는 작품이 아직도 기억 난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 마음을 주고 받는 것의 의미,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사랑 ... 그녀의 이러한 마인드가 나에게 와닿았다. 매니큐어가 아닌 흙때 묻은 손톱 밑에서 새싹이 푸릇푸릇 돋아날 것만 같은 사람 ... 그녀의 이런 손 조차도 참 매력적이었다.

 

# 읽은 페이지: 27~31

 

"흙에서 난 것들이 그 근원으로 돌아가고싶어 하는 건 아무도 못 말린다. 사람도 설령 나고 자란 데가 흙을 밟을 수 있는 시골이 아니라해도 추석이 되면 조상의 묘나 집안 내의 연로한 어른들을 찾아뵙고 눈도장이든 몸도장이든 찍고 와야 사람 사는 도리를 다한 것처럼 편안해진다."

 

아들이 죽은 어머니, 남편이 죽은 부인의 모습은 상상만으로 처량하다. 우리 할머니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더 와닿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녀는 주변인의 죽음 앞에서 나약해지지 않고 자신의 죽음도 담담히 내다보았다. '담담함'. 말이 쉽지 누구나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이런 모습이 더욱 멋져보였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시원스레 받아들일 수 있는 그녀의 세월이, 그 세월에서 우러나는 가치관이 우리로 하여금 깨닫게 만든다. 

 

# 읽은 페이지: 32~54

 

" 흙은 씨 뿌리지 않은 땅에서도 뭔가 푸르른 것을 생산해내지 그냥 노는 꼴을 못 본다. 집 대문에서 현관으로 올라오는 길을 돌로 깔고 이음새를 씨멘트로 발랐는데 지은지 십 년을 넘기면서 군데군데 시멘트가 떨어져 나갔다. 그 3밀리미터도 안 되는 이음새에 먼지인지 흙이 고이면서 거기서 푸른 것이 돌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게 신기하고 예쁘기만 하더니 금년엔 거기서 돋은 잡풀에서 작은 꽃까지 피면서 이음새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흙은 그렇게 힘이 세다."

 

작가님이 살아계시다면 언젠가 만나보고 싶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며 그녀의 '정'을 간접 경험했다. 서양적인 것보다 한국적인 것을 좋아하고, 우리나라의 선현들을 존경하며 우러러보는 작가님의 자세를 본받고 싶었다. 그녀는 68세의 나이에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새로운 마을이 옛 고향과 너무도 닮아서 ... 단순한 듯 단순하지 않은 이유. 아무렇지 않은 듯 마음을 울리는 이유이다... 나이를 먹어도 유년의 추억은 끈질기게 기억되며 시간이 갈수록 소중해진다. 시골이 싫다, 싫다해도 결국 그곳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쩌면 각박해지는 세상 속에서 마음이라도 편안했던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우리의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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