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세상은 온통 하얬다.
눈사람을 만든 사람들이 있었고, 덕분에 세상은 동화가 되었다.
편의점에 가던 길, 귀여운 눈사람을 보았다.
순수한 마음과 정성이 전해져 더욱 행복해지는 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진 한 컷을 꼭 찍으리라 다짐하며 가던 길을 갔다.
불과 10분 후, 볼품없이 부서져 있는 눈사람을 발견했다.
이전까지는 눈사람을 부수는 것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눈사람을 부순 이의 공감 능력을 의심하였고, 사회적 인간의 몰락 참상을 발견하였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너무도 화가 나는 순간이었다.
그 사람은 눈사람만 부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도 부순 것이었다.
다음 날,
남자친구가 눈사람을 부수는 모습을 보고 이별을 결심했다는 한 여성의 글을 보았다.
인기 유튜버가 이웃의 눈사람을 부순 일로 논란의 중심에 섰고,
눈사람을 부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사도 쏟아졌다.
역시,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
날이 따뜻해지면 어차피 녹아 없어질 눈사람일지라도
그것을 부숴 없앨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이것은 공감의 문제이다.
눈사람을 만들던 사람은,
자신이 만든 눈사람을 보며 행복해하는 행인들의 모습을 상상하지 않았을까?
그 덕에 추위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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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행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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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지오의 저서 <<데카르트의 오류:감정과 이성, 그리고 인간의 뇌>>에 나오는 내용이다. 사람에게 감정이 결여되었을 때 얼마나 자기파괴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렇다고 감정이 결핍된 사람이 깔끔하게 계획되고 논리적인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결국 어리석은 삶을 살게 된다. 극단적인 경우 반사회적 성격이상자가 되어 끔찍한 일을 저지르거나 목격할 때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한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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