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한국소설/세계문학상
지은이: 정재민
출판사: 나무옆의자
나: 재작년 초 판사가 되어 신해시에서 근무, 고향 - 신해시
엄마: 류마티스, 위암으로 돌아가심
황동혁: 학창시절 친구, 보헤미안랩소디 좋아함, 별명 나훈아
우동규: 엄마의 류마티스를 진단한 의사
(나는 효린의 친척 중 류마티스 전문의에게 찾아갔다가 우동규의 실체(류마티스 아닌 환자에게 류마티스 진단을 내림)를 알게 되었고, 고민 끝에 고소. 이때 손지은을 처음 만남)
손지은: 경감
효린: 신해시 내과의사, 고등학교 한 해 후배
#1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선과 악을 판단하는 것이다.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선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악이 되기도 한다. 합법인 행동이 악이고 위법인 행동이 선일 때도 있다. 한 사람이 선과 악을 번갈아 저지르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데도 법정에 온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선이고 상대방은 악이라고 주장하면서 나더러 자신이 선의 영역에 있음을 선포해달라고 한다.
#2
선악의 판단에 자신이 없다보니 나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좀처럼 그가 옳다고 시원하게 편들어주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런 버릇이 법정 밖까지 새어나가다보니 주변 사람들을 서운하게 만든다. 아내도, 친구도 나를 냉정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모를 것이다. 편이 되어주지 못하는 나로 인해 가장 서운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3
판검사가 되어서 한을 풀어달라는 엄마의 말을 들을 때마다 도리어 내가 한이 맺힐 지경이었다. 판검사가 엄마에게는 프랑스인들에게 '대혁명'같은 단어였는지 몰라도 내게는 '바스티유감옥' 같았다. 엄마의 지옥은 타인의 멸시였고, 나의 지옥은 나에 대한 엄마의 집착이었다. 엄마의 구원은 나의 세속적 성공이었고, 나의 구원은 엄마에게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4
나는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고 나면 상대를 만족시켜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편이었다. 그것도 나를 희생하면서 상대를 만족시켜주어야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었다. 예를들어 누군가의 친구가 되면 내 입장을 굳이 어느정도 변경시켜서라도 그의 편에 서주어야 한다고 믿었다. 누군가의 형이 되면 내가 작은 것이라도 무엇인가 희생해서 동생에게 이익을 주어야 형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환이 성격이 나랑 비슷하다. 좀 다른 것이 있다면 나는 어느정도 이런 강박관념에서 벗어났지만 지환은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는 것. 어쩌다 본인을 억압하게 되었을까. 그를 보면서 가정환경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유년기에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채 방치 수준으로 자라온 사람은 무엇인가 결핍될 수밖에 없다. 그의 강박관념은 타인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하나의 방식이 아니었을까.
#5
"뮤즈는 원래 제우스와 기억의 신인 므네모시네 사이에서 태어난 딸들을 이르는 말이에요. 미술, 음악, 문학에서 영감을 주는 존재라는 뜻인데, 저는 결핍을 채워주고 상처를 치유해주고 좋은 양분을 주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사용하고 있어요. 반명 테몬은 끌리기는 하지만 상처를 더 크게 만드는 존재고요. 하지환씨도 자신에게 편하고 안정되게 양분을 공급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소모시키는 사람들에게 심하게 끌린다고 하지 않았나요?"
#6
진정한 사랑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본질이 달라요.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정신적으로 성장시키고 확장시키는 것이죠. 반면 사랑에 빠지는 것은 과거에 강렬한 흥분을 일으킨 심리적 패턴에 빠지는 것에 불과해요.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것은 꾸준히 근육 운동을 하는 것처럼 힘든 일이지만 사랑에 빠지는 데는 마약에 빠지는 것처럼 아무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죠. 정신적으로 홀로 설 힘이 부족해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죠. 이런 사람들은 늘 외로움과 허기를 느끼면서 다른 사람의 사랑을 구걸하는 데만 급급해요. 이들의 내부는 텅 비어서 항상 채워지기를 애타게 갈구하지만 영원히 채워질 수 없는 밑 빠진 독과 같아요. 이들은 상대를 죽을만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상대에게 기생하려는 것에 불과하죠.
뼈 때리는 말이다..
동혁의 죽음은 자살이었다?
동혁의 아버지는 류마티스가 맞았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아쉽)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이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핵심으로 독자를 집중시킨다.
① 한지환의 무의식의 뿌리 (무엇이 그를 외롭고 고달픈 사람으로 만들었는가)
② '류마티스 사기 진단의 범인' : '우동규'를 굴복시키고 싶은 독자의 마음 ?
이를 보며 깨달은 것.
인간의 고달픔은 그냥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가정환경과 교육은 이토록 중요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살고싶은 인생' 혹은 '포기하고 싶은 인생'으로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지환의 어머니는 너무도 미성숙했고,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소속감, 안정감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환경인 듯하다. 준비되지 않은 부모는 부모가 될 자격이 없다.
세상은 권력자, 그들만의 세상이다. 자기들끼리 갖고, 나누고, 싸우고, 빼앗고, 물려준다. 우리도 또한 그 중심에 서고싶지만 지환이 우동규와의 싸움에서 패배하는 과정이 보여주듯 이미 그 세계는 '다른 세계'인 듯하다. 같은 세상에 같은 인간으로 태어났음에도 그들을 함부로하지 못하는 '내가 사는 세상' 사람들. 결국 그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다 끝나는 게임일까? 21세기에 권선징악은 통하지 않는 말일까? 죄인이 지옥에서 벌을 받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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